미국라디오에서
내 나라 노래가 나오니,
가는 귀먹어 가던 귓속이
새벽바람 다녀간 듯 청명하다.
내 나라 타자가 공을 치면
내 어깨에 날개가 달리고,
내 나라 선수가 공을 차면
흐물거리던 내 장딴지에 모터가 달린다.
입양아가 부모찾는 프로를 보면
눈물 콧물이 신파를 찍고,
정상회담 내 나라 대통령에게는
거수경례를 하고 싶다.
'동해물'을 생각하면
씹은 적 없는 청양고추가
콧잔등을 무너뜨리고,
'백두산'을 떠올리면
삼낀 적 없는 바늘이
가슴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글쓴이 노트
잃고 난 후 소유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이 극대화되듯
고국을 떠나니 탯줄자른 곳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이 새롭다.
그곳에서는 맹목적인 야당으로 살았던
어줍잖은 내 이데올로기도
새삼 반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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