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따뜻한 귀퉁이
석정헌
세월을 박음질하는 추위는
무수한 숲의 그림자를 길어 올리고
멀어지는 날짐승의 울음소리는
빈 몸으로 서있는 겨울나무에 튕겨지는
늙은 목수의 마지막 먹줄 소리다
어디선가 밀고온 군청색 하늘은
실밥 무늬로 보푸라진 대지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날숨을 타고 나온 하얀 입김
거리를 꽉 채운 캐롤과
구세군의 종소리
바쁜 걸음 재촉하고
차가운 하늘을 끌어 당긴 습기
기어코 군청색 하늘을 터트려
하얀눈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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