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석정헌
늦은 가을
어둠과 함께 뛰어 내리는 저 비는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낙비 소리와 섞어
아른거리는 고향을 향해
울며 고함치던 날도
힘들고 괴로움을 못견뎌
변방의 한 구석에서 몸부림 치던 때도
의지없이 떠돌다 척박한 이땅에
뿌리 내리기 위해 버티던 애처러움도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숲은 철따라 푸르렸고
잎은 어김없이 세월을 쌓아가고
벌판은 풍요로 가득한데
이룬 것 없는 지나온 세월
어찌 벌이라 하리오
밤새 내린비 떨어진 낙엽 적시고
밝아오는 아침도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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