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든 날
석정헌
너울거리는 안개
꿈속처럼 휘날리며 달려 온다
거리는 온통 잿빛이고
아직도 제모습 못이룬 시각
온몸에는 싱싱한 물방울 타고 내리고
껍적이는 속눈섭 촉촉하게 젖는다
스스로 깨어나지 못한
몸에 둘렸든 짙은 안개는
보슬비에 섞여 멀리 달아나고
사랑하는 님 잡은 손 놓고
혼자 멀리 떠날 짐 꾸리든 날도
하늘은 이렇게 슬피 울어 주었지
그러나 나는
쉽게 슬플래야 슬퍼 질 수 조차 없어
언제나 가슴에 새겨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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