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정리하며
조동안
서류함에 숨어 있던 많은 자료들
지나 온 삶의 흔적이
오래도록 기계의 틀 속에서
내 손짓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변해버린 세상에 순간을 박제하고
오늘 꺼낸 추억 속에서
기쁨도 그리움도 아쉬움과 함께
초로의 굳어진 머리를 깨트리네요
나만큼 커버린 아들의 앳 된 모습과
발랄하게 춤을 추던 딸의 사랑스런 모습
파릇한 생기가 얼굴 가득했던 아내
세상을 지고 갈 것 같았던 호기 가득했던 나
그 때는 계셨는데 지금은 안 계신 아버지
포근하게 안길 것 같은 어머니
형제, 친구, 동료, 이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청춘이 숨어 있었구
사랑이 숨어 있었구
삶이 숨어 있었습니다
정리할 것은 계속 쌓여가고 다시 뭍히고 있겠죠
언젠가 다시 열어 보고 오늘을 추억하고
미련을 아쉬움을 여기에 남겨둘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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