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행복한 가을 밥상

석정헌2016.09.08 09:46조회 수 65댓글 3

    • 글자 크기


      행복한 가을 밥상


                 석정헌


나지막한 뭉게구름은 

가을바람 무릎아래 유순한데 

가로에는 백일홍 붉은 우주를 이루고

늙은 담쟁이 붉게 물들어 가지만

나는 푸념처럼 투덜 거린다

이 가을에 먹고 싶다고


가지,

감자 깍둑 썰고

다듬어 썰어둔 마늘쫑

풋고추 밀가루 살짝 묻혀

뜸들이는 밥위에 쪄 간장에 무치고

지리멸치는 마늘간장에 풋고추 쏭쏭썰어

참기름 한방울에 조물락 섞어 놓고

미역귀, 

밀가루 묻혀 쩌서 말린 자잔한 풋고추

봄에 장만해둔 가죽잎 자반 

기름에 살짝 튀기고

아주 작은 호박 달린 줄기 껍질 벗기고

여린 호박잎 맑은물에 바락바락 문질러

푸른물을 빼고

받아놓은 진한 쌀뜨물에

된장 약간 풀고 들깨가루 듬뿍넣어

간장으로 간을 맞추워

부글부글 뜨겁게 끓인국

작은 법성포 영광굴비 한마리

하얀 쌀밥에 잘익은 김치

숟가락 손에 든 오늘 아침 

배꼽이 아리도록 늘어난 배

손에든 커피향 코끝을 간지럽히는

지긋이 눈감은 행복한 이 가을

한사나흘 파리만 날린들 어떠하랴


    • 글자 크기
추위 2100 마일

댓글 달기

댓글 3
  • 오회장님,

    잘 차려진 풍성한 가을 밥상에 수저가 메뉴의 반도 가기전에 배가 불러 옵니다,

    법성굴비는 아꼈다가 내일 먹을랍니다.

    ㅎㅎㅎ

  • 곰곰히 생각하면

    인생이 그리 짜증나는 연극만도 아닌데...


    성수 선배님의 요리에 대한 묘사가 범상치 않음을 느낍니다.

    묘사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요동치네요.

    된장 국에 들깨가루가 들어가면 맛있겠네요

    시도해 봐야지...

    즐감!!!

  • 석정헌글쓴이
    2016.9.8 18:27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늘 아침 아내가 차려준 밥상입니다

    굴비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언제 막걸리 한잔에 잘구운 굴비 침 넘어 가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9 시든꽃 2015.09.04 63
128 시월 2015.11.25 63
127 아픈 인연2 2016.05.17 63
126 나에게 다시 새해가 올까9 2022.01.11 63
125 가을 도시의 가에서 2015.08.28 64
124 관상 2016.01.29 64
123 꿈꾸는 백마강 2016.06.10 64
122 10월의 축제 2016.10.10 64
121 *14시간46분2 2017.06.21 64
120 화가 난다2 2020.03.11 64
119 귀찮다 이제 늙었나보다12 2022.10.28 64
118 영지버섯 2015.07.05 65
117 고인 눈물2 2015.08.03 65
116 추위2 2016.01.20 65
행복한 가을 밥상3 2016.09.08 65
114 2100 마일 2016.10.31 65
113 일팔일팔일팔3 2022.07.09 66
112 호박7 2022.09.19 66
111 아버지 2015.02.17 67
110 아내의 목덜미 2018.03.29 67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