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2
석정헌
극장 철제 비상계단 아래
자그마한 공간
의지도 있어 비도 피할 수 있고
북향이라 뜨거운 햇볕도 건너가고
누가 자리 잡을려나 궁금 했는데
뚜꺼운 겨울옷 차림 이지만
깨끗이 다듬은 수염과 머리
큼지막한 가방하나 들고
강아지 한마리와 자리를 잡았다
가계문을 밀고서서 배가 고프다길래
밥을 사먹는다는 다짐을 받고 돈을 주었다
가방은 두고 강아지와 같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손에든 자그마한 누런 종이봉투
아마 술일 것이다
한번 마시고 멍하니 하늘 보고
머리 끄득이고
또 한번 마시고 고개 숙여
강아지에게 뭐라고 중얼거리고
이제 고개 한껏 젖혀
한참을 그렇게 있는 것을 보니
마지막 한방울 까지 다 마신 모양이다
벽에 기대어 눈 지긋이 감고
두다리 쭉뻗은 지극히 편안한 자세
얼굴엔 무엇인지 모를 희열이 나타나고
뼈다귀 핥고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는 손은 창백하도록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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