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비 오는 날의 파전

석정헌2018.02.07 10:03조회 수 52댓글 3

    • 글자 크기


         비 오는 날의 파전


                     석정헌


머언 고향의 안개 같은

아주 오래된 기억 같은

비가 내린다


희미해진 눈에

아롱거리는 고향은

자꾸 멀어 지는데

기억을 흔드는 구수한 냄새

아내가 부엌에서 달그락 거린다

구수한 파 익는 냄새

며칠전 부터 먹고 싶다고 주절거린

굴 넣은 파전을 부치는 모양이다

눈 앞에 떠 오르는 어머니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내려 간다

화덕 위에 노릇노릇 구워진 파전

군데군데 섞인 굴

아직 덜 구워 졌다는

아내의 핀찬 들어가며

쭉 찢어 막걸리 한잔에

초장 찍어 입에 넣는다

짜릿하며 목젖을 적시는 막걸리

달콤한 파전의 맛은 그대로인데

가슴 적시는 안타까운 추억

고향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전해진 몸과 마음은

당신 몸 젖어가며 우산 받혀주든 어머니

이즈러진 마음 온몸으로 받혀주든

어머니가 보고 싶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3
  • '오래된 기억 같은 비'

    근사하네요.

    추억을 소환하는 매체 중 비가 으뜸인 것 같아요.


    예전 굴 먹고 좔좔한 기억이 있어서

    수년간 통 먹어보질 못했는데

    식욕이 나네요.

    죽 드러누운 파란 파들 사이에 은색 굴이라...

    그림이 좋아요.

    막걸리 먹고 트림은 싫어도

    막걸리는 좋지요.

    덕분에

    추억에 젖었습니다.

  • 석정헌글쓴이
    2018.2.7 13:12 댓글추천 0비추천 0

    막걸리 몇잔에 더한 고향 생각 취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아침 부터 쏟아지네요

  • 비 오는 날과 부침개는 부부관계 같아요. 저도 엄마의 녹두 빈대떡이 그리워요. 글을 감상하며 상상으로 잘 먹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789 차가움에 2015.03.09 14
788 차가운 비1 2019.12.14 44
787 쭉정이4 2020.08.23 64
786 쫀쫀한 놈2 2022.08.08 39
785 쪼그라든 기억1 2018.11.17 34
784 짧은 인연 2016.02.02 35
783 짧은 노루꼬리를 원망하다2 2017.04.04 45
782 짧은 꿈2 2015.07.13 25
781 짝사랑 2015.09.19 17
780 짜증이 난다 2016.04.08 91
779 질서 2015.09.26 17
778 질량 보존의 법칙 2016.06.18 174
777 진달래 2015.03.22 8
776 지친 나에게4 2021.12.27 40
775 지랄하고 자빠졌네 2019.05.18 45
774 지랄같은 봄3 2020.04.24 49
773 지랄 같은 병 2020.09.03 40
772 지랄 같은 놈 2019.05.28 25
771 지독한 사랑 2017.05.30 29
770 지는 2015.02.28 46
이전 1 ... 3 4 5 6 7 8 9 10 11 12... 4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