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석정헌
봄은 문턱을 넘어
눈까풀을 내려 깔지만
아직도 싸늘한 바람은
가슴에 언 얼음
밤을 잘게 부순다
어지러운 방향으로 부서진 소음
소리를 잊어버린 철새들 멀어지고
웅송거린 꿈 잠들지 못하고
삐쭉이 내다본 커텐 사이
미인의 귀에 걸린 귀걸이 작은달
칼날 같은 빛은
뒷뜰 수선화를 비추고
쪼개진 그림자에 섬뜩하도록
아름다운 꽃은 허공으로
한 웅큼씩 봄을 밀지만
잠못이룬 밤은 점점 깊어가고
날카로운 바람 소리 귓전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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