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중
淸風軒
한가위와 추분(秋分)을 품은 구월
하늘은 높이 오르고 말이 살찌는
가을의 문턱, 첫날이 열렸다
누가 볼세라 캄캄한 어둠을 타고
몰래 온 도둑비가 모사(謀事)를
꾸민다
곧 오실 가을을 마중하려고
싱그러운 푸르름 한 껏 뽐내던
배롱나무의 가녀린 잎새들
가을 마중 준비하느라 파르르
떨고 있다
빛바랠 초록옷 벗고 곱게 갈아
입을
정열의 빨강옷, 한 땀 한 땀
꿰매려고
정성스레 비단옷감을 재단
(裁斷)하고 있다
유쾌(愉快)한 언덕 너머 들릴 듯
말 듯
가를 전령사(傳令使)가 오고
있는 소리
그를 반겨 맞아 가을 향(香)에
취(醉)하리라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2년 9월 2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