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장
석정헌
머뭇거리지도 못하고 지나온
뿌연 시야에 가려진 세월
붙잡을 수 없이 막막해라
아무도 모르리라
오월초 명아주 아니고는
나지막한 안개 흐르는 벌판
외로움에 얼어붙은 가슴 안고
강 건너 간 햇발이
연지 짙게 바른 서산을 넘어 갈때
불현 듯 어머니의
따뜻한 젖가슴을 느끼는 것을
누가 헤아릴까마는
애처로이 잦아드는 생을 유지하고
지쳐 누운 영혼이라도 흔드는 것은
지금도 내 피속에 녹아 흐르는
어머니의 정 때문이 아닌지
때지어 날든 새들
어디론지 흩어지고
쓸쓸한 그리움에 하늘을 보고
청려장에 의지한 허리 굽은 어머니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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