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3
석정헌
햇볕이 흘러들어 꽃망울 꺼풀 들이
두터운 옷을 벗고 계절을 활짝 피우지만
죄 많은 짐승처럼 살아온 슬픈 진실은
삼사월 기나긴 봄날에
아름다운 목련꽃잎 떨어지 듯 부끄럽구나
말없이 지나온 무엔가에 빼앗긴 벗은 몸은
허전한 외로움에
눈감고 도사려 앉았다가
봄을 흠뻑 머금은
퍼지는 햇볕을 두손 들어 가리고
흩으진 조각을 주워 모은 뜨거운 손
꼭 있을 것만 같은 그기에
하얀 백목련 보다 싸늘한 가슴
까만눈에 맺힌 눈물은
일그러진 얼굴이나마 들이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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