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웃음
석정헌
푸른 저녁이 낮게 엎드린다
고된 하루에 곰삭은 육신
어스름을 밀고 보름 지난 달이
도시의 변두리를 비출 때
시장통 허름한 국밥집 들창 등지고
목로 한켠에 자리 잡은 삶
국밥 한그릇에 곁들인 소주 한잔
누군가 씹다 버린 달은
잔 속에 어른 거리고
고개 숙인체 국밥을 쓸어넣다가
달을 섞어 마신 술
허기진 뱃속을 찌르고
식어가는 국밥
빈 술잔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표정한 눈은 습기에 젖고
그나마 붉어진 얼굴
비틀거리며 일어서
높아가는 달을 보며
바지춤 한번 추스러고
헛웃음 한번 웃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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