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무엇을 기다리는지
석정헌
언제 부터 끓고 있는지
된장찌게의 두부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한껏 부풀었다가 몇번이나 주저 앉을 시간
하늘을 끌어 당기는
녹녹한 바람이 훑고 지난간다
오늘밤엔 또 무엇이 되려고
빛의 움직임을 움켜쥔 어둠이 짙어 질까
아내의 뜨개질
회색 목도리는 점점 길어지고
멀리 달아난 식욕
저녁밥 시간을 놓쳐 버렸다
천둥번개 집중 호우에
온도시는 물의 아가리에 갇히고
거리의 가로등 불빛마져 집어 삼킨
헐거운 하루가
내릴 사람없는 층의 에레베이터 마냥
그냥 지나간다
움켜쥔 어둠의 창밖
무표정한 눈은 무엇을 기다리는지
제몸의 무게를 조금씩 무너뜨리며
멍하니 비췬 반백의 늙은이 하나 외롭다
빛물은 아직도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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