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와 팥죽
석정헌
얼음판 위에서
꽁꽁 언손 호호 불며 팽이 돌리다
정지로 뛰어 들어가
팥죽 쑤는 할머니에게 팥죽 먹어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하얀 새알심 동동뜬 붉은 팥죽
귀여운 손자 아무리 바빠도
처음 뜬 그릇 들고
정지문에도 뿌리고
장독대에도 뿌리고
통시문에도 뿌리고
바쁜 내마음 아랑곳하지 않고
액운을 뿌리칠 붉은 팥죽을 대문에도 뿌린다
겨우 차지한 붉은팥죽
뜨거운줄도 모르고 마시 듯 먹고
맛없는 새알심 몇개 남은 그릇 획 던져버리고
얼음판으로 달려 간다
70여년을 뿌린 붉은 동지 팥죽
아직도 떨쳐 버리지 못한 액운
3대 세습의 붉은 동지는 북에서 으르릉거리는데
꽁꽁 언손 호호 불며
맛없는 하얀 새알심은 남기고
달 짝한 설탕 태운 붉은 팥죽이 먹고 싶다
* 정지ㅡ 부엌
* 통시ㅡ 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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