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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꿈꾸는 백마강

석정헌2016.06.10 13:57조회 수 6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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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백마강


          석정헌


아버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철들때 부터 많이했다

그럴때 마다 나는 더욱 강하게 아버지를 붙들고 있었다


내삶의 시작이 아버지 어머니로 부터인 것처럼 아버지는 나의 우상이셨고

또한 나를 채찍질 하는 마부 셨다


1973년 한창 서슬 퍼런 유신 초기의 질척거리며 끈적거리든

장마의 끝자락까지온  늦은 여름

아버지 친구분 에게서 전화가 왔다

길을 건너기 위해 서 계시든 횡단보도 앞 움푹 패인 도로에

고인물을 튕긴 차를 보고 들고 계신 우산으로 치셨다가

검은 정장 차림의 젊은이 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시다가

그 차를 타고 가셨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연락 할 수 있는 곳 (경찰서...)은 다 해보았는데

어디에도 계시지 않는 것이었다

통행금지 시간은 점점다가오고 아버지와 연락은 되지않고

온가족이 좌불안석 불안에 떨고 있는데

뒷문 쪽에서 시끌벅쩍 아버지의 18번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술취한 아버지의 걸걸한 노래소리 반가운 마음에 온식구 뛰어 나가니

골목 끝에는 전조등도 꺼지 않은 검은 자동차 한대

건장한 젊은이와 어깨동무 하고 오시는 아버지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 간데없고 동네 시끄럽다 핀찬하시며

아버지 모시고 들어 가시고 형님과 나는 그간의 사정을 듣고

벌떡벌떡 뛰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 젊은이가 하는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은 문 앞에만 와도 벌벌 떤다는 대공분실 취조실

책상을 치고 겁을 주는데도 꿀림이 없이 큰소리로 대들고

조목조목 따지는데 당할길이 없어 사과하고 술한잔 사드리고 모시고 왔다는 것이다

그 젊은이들 헤어지면서 우리에게 한말 

정말 대단한 분이 십니다며 존경 한다고 까지 하였습니다

그런 아버지 돌아 가신지 벌써 10년

서늘한 등짝 채찍으로 맞은 화끈거림이 그립고

다시 한번 술취한 아버지의 걸걸한 목소리 꿈꾸는 백마강이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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