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화장실가는 것이 싫어
해설피부터 물기를 끊는데,
오늘 궂은 비에 속을 끓여
커피로 밖에 다스릴 수가 없었다.
밤중 부풀어 오르는 저질 방광을 탓하며
구렁이 허물 벗듯 이불을 빠져 나오는데,
'다 늦게 커피 마시지 말랬지'
귀신보다 영험한 목소리가
침대 저편에서 들린다.
구렁이가 아니라 용을 써도
그녀의 안테나를 벗어날 수 없다.
내 회식 메뉴도 알아내고
SNS로 내통한 내 모임
취소소식도 알고 있는 첩자.
첩자를 일찍 잃고
제사날 훌쩍 거리던 친구를 생각하며,
첩자의 안테나에서 어설픈 탐정놀이나마
행운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글쓴이 노트
이제는 확실하다.
내가 그녀보다 사교와 경제관념과 삶의 통찰에서
열등하다는 사실이.
부부모임에서
그녀의 주제가 더 관심을 끌며,
급한 돈을 나보다 더 많이 쉽게 구해 왔고,
내 쪽 일가들 조차
나보다 그녀의 결정을 더 지지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당뇨를 극복하고
나보다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
이 또한 내 이기심의 발로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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