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언제였던가?
수염이 거뭇해지는게 치부처럼 느껴져
목욕탕에도 가지않고,
어딘가에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을
부자 할아버지의 연락을 기대하며 살던 때니
열두 셋은 되어겠지.
형은 숙제를 핑계로 친구집에 갔고
엄마는 금단이네 마실을 가셨지
비가 와 일찍 목청을 푸는 모찌 장사가 골목을 지나자
옆집 개는 서툰 화음을 넣었고
이른 저녁식사에 일찍 찾아 온 허기에
부엌을 빙빙돌아도 먹거리를 찾을 수 없어,
쌀 한주먹 주머니에 넣고 우산을 챙겨
엄마 마중을 나섰다.
금단이네 골목을 들어서니
구름색 벽돌에 둘러쌓인
창문에서
노르스름한 전구 불빛이 새어 나오고
불빛에 섞여
금실처럼 새어나온 웃음소리가
내 가슴위에 조끼를 짜놓고 갔다.
비님 오신다고 서둘러 나오던 엄마는
우산을 받아들며
꼴마리에서 이미 식어버린 쑥 버무리를 꺼내 건네주시며
보이지도 않는 검불을 훅하고 떼어냈다.
내 아이들은 자라 집은 비고
더 이상 따스한 불빛도 창문을
밝히지 않는다.
부자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없어
던 것처럼
던 것처럼
엄마는 이역만리에서
고사리처럼 굽은 허리로
박물관 처럼 변해버린 집을
지키고,
나는 먹거리를 위해
종종거리며
간간히 그리움과 추억으로
오늘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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