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등지고
석정헌
붉은 노을따라 흙먼지 날고
검은 포장에 서서히 눌리는 어둠 속
멀어지는 짐승의 울음소리
둥지를 찾아가는 새들의 푸득임에
놀라 떨어진 늦은 낙엽
간혹 반짝이는 별빛을
먹이로 착각했을까
물밖으로 주둥이를 내미는 물고기
아직도 제자리에서 맴돌며
원을 그릴 듯 말듯
호수를 떠나지 못하는
떠돌이 잎새 하나
무표정한 얼굴은
왜 자꾸 시가(cigar) 자근자근 씹어되는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어느 배우처럼
사나워지는지
호수에 비친 숲의 한귀퉁이를
매우려 헤매다 쪽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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