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 깔린 하늘
석정헌
딸네 다녀오는 하늘길
한참을 내다본 작은창
발 아래 하얀 구름
새로 탄 보송보송한 솜을
펼쳐놓은 것 같다
막내 고모 시집 갈때
막 탄 눈 같은 하얀솜
마루에 넓게 펼쳐놓고
머리에 수건두른
할머니 어머니 큰 고모 작은 고모
금침 꾸미고 마지막 시침 넣으며
실날 입에 물고 즐겁게 호호거리고
부억에서 음식 냄새 온동네를 뒤덮고
손가락 끝에 피마자 이파리 감고
선잠 깬 여동생 엄마를 보채고
사랑채에서 간간이 들리는 아버지 잔 기침 소리
잔치가 무슨 벼슬인양 애들 모아놓고
부서진 유과 조각 손에 들고 대장질하고
구정물 통 들고 부엌 문턱을 넘나드는 박실내
목줄 풀린 바둑이 마당을 뛴다
아직도 방문 닫기는 이른철
꼭 닫힌 아래채 고모방 소곤소곤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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