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
석정헌
공기가 휘어질 듯한 폭염
활짝 핀 꽃들도 시들어
잘게 부서진다
오라는 건지
가라는 건지
모르는 여행객들의 인사처럼
배웅에 익숙해져 밤을 지우며
한창을 쳐다 보더니
바람 부는 쪽으로 고개 떨군다
밤을 잘게 부순 꽃은
자신의 생을
부순 밤속으로 날려 보내고
멍하니 어두운 창밖을 본다
다른 빛갈로 핀 꽃은
자신의 생은 모두 뱉어내고
모진 삶만 끌어안고
흐린 달빛에 노랗게 익어간다
밤새도록 부서진 꽃은
거센 비바람에
지는 꽃의 가여운 향기 품고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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