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석정헌
폭우를 동반한 바람
한 계절을 다 떠메고 갈 기세다
밤새 뒤척이며 꿈꾸는 사이
뿌해진 창밖
샛별이 글썽 다녀간 동녁은
여명에 밀리고
부스럭거리는 소리
아내도 잠이 깬 모양이다
물 한잔 마시고
빼꼼히 내다본 창밖
열매도 맺지 않는
뒷뜰의 텃밭은 푸르다 못해 검다
화장실에 앉아
지난밤의 세상 소식
한참을 훑어보고 나오니
여명속의 잠깬 아내
왜그리 오래 앉았다 나오냐 잔소리
그럼 앉았다 나오지 서있다 나올까
호호도 아니고 하하도 아닌
묘한 아내의 웃음소리
일소일소라는데
하루 밥값은 하였구나
젊어진 아내 얼굴이 보고 싶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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