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석정헌
눅눅한 바람
비 실은 저녁이 낮게 엎드리고
내려 덮히는 어둠에
칙칙한 공기들은
나무뒤로 숨어버렸고
새들은 일찌감치 둥지를 찾는다
얕은 잠 천둥소리에 깨어 뒤척이니
하늘은 밤새도록 지붕을 때린다
계속 내릴 것 같은 비는 잠간씩 멈추고
창박은 가끔씩 환해진다
설친 잠 시린 눈 손등으로 비비고
꺼끄러운 입안
커피 한잔 손에들고 나선 아침
등뒤로 밀고오는 햇살은 머뭇거리고
구름을 유혹하여 뿌리든 비는
은근슬쩍 비켜서고
막힌 길 위를 가로지른
몽상가의 다리 같은 무지개
멍하니 바라보다
아내의 채근 커피잔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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