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
석정헌
깊은 산중
익숙지 못한 잠자리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깬 잠
이리저리 뒤척이다
살짜기 일어나
차 한잔 양손으로 웅켜잡고
내다본 창밖
아직도 새벽 공기는 차가운데
약한비는 끊어질 듯 솔솔 내리고
차향에 섞인 비 냄새
깊이 들이 마신다
무심코 집어든 손때묻은 철지난 잡지
확 끼치는 글 냄새
허공이 치밀해지고
살갗이 따갑도록
향기가 달려든다
하늘엔 비가 그치고
여명은 동녁을 밀며
늦은 봄 햇살은 창문을 두드리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철이른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
경쾌함에 머리 한번 흔들고
내려다본 옆자리
약한 코를 골며
아직도 깊은잠에 빠진 여인
짙은 숲으로 향한 발코니
살짜기 문을 열고 내딛은 한발
신선한 찬바람이 얼굴을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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