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솜 깔린 하늘

석정헌2022.05.31 14:21조회 수 24댓글 1

    • 글자 크기

    

    솜  깔린 하늘


            석정헌


딸네 다녀오는 하늘길

한참을 내다본 작은창

발 아래 하얀 구름

새로 탄 보송보송한 솜을 

펼쳐놓은 것 같다


막내 고모 시집 갈때

막 탄 눈 같은 하얀솜

마루에 넓게 펼쳐놓고

머리에 수건두른

할머니 어머니 큰 고모 작은 고모

금침 꾸미고 마지막 시침 넣으며

실날 입에 물고 즐겁게 호호거리고

부억에서 음식 냄새 온동네를 뒤덮고

손가락 끝에 피마자 이파리 감고

선잠 깬 여동생 엄마를 보채고

사랑채에서 간간이 들리는 아버지 잔 기침 소리

잔치가 무슨 벼슬인양 애들 모아놓고

부서진 유과 조각 손에 들고 대장질하고

구정물 통 들고 부엌 문턱을 넘나드는 박실내

목줄 풀린 바둑이 마당을 뛴다

아직도 방문 닫기는 이른철

꼭 닫힌 아래채 고모방 소곤소곤 조용하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 옛날엔 뉘 집 시집간다하면 참으로 동네가 다 떠들썩하고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났더랬죠

    그 시절이 아름답고 그립기는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즐거이 감상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769 아내의 잔소리2 2018.06.22 49
768 꽃샘추위 2018.03.28 49
767 저무는 역에서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며2 2015.12.29 49
766 제 몸을 태우다 2015.11.13 49
765 이슬 맞은 백일홍 2015.02.21 49
764 소나기1 2021.07.30 48
763 Lake Lenier2 2021.07.16 48
762 흔들리는 가을 2016.10.04 48
761 1004 포 2015.04.04 48
760 야래향 2015.02.28 48
759 삶, 피카소의 그림 같은8 2021.12.31 47
758 피카소의 가을3 2021.09.17 47
757 활짝 핀 오이꽃4 2020.06.06 47
756 하하하 무소유 2018.08.10 47
755 그믐달2 2017.09.19 47
754 닭개장2 2016.06.26 47
753 크리스마스3 2015.12.24 47
752 석가탑 2015.10.10 47
751 아직 늦지 않았을까4 2022.08.20 46
750 오늘 아침11 2022.01.29 46
이전 1 ... 4 5 6 7 8 9 10 11 12 13... 4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