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석정헌
굳은 목덜미
아직도 빳빳이 세우고
헛기침하며 지난 세월
숨을 고루며 새삼 뒤돌아 본다
그림자처럼
앞서거니 뒤따르다가
어둠에 쓸려 사라지지만
언제나 곁을 떠나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
바위 틈 작은 들꽃 같은 여인
살랑거리든 바람에도
모진 폭풍에도
슬쩍 확인 한번하고
묵묵히 곁을 지킨 여인
싣고 온 꿈 무수히 떠나 보내고
돌아오지 않는 환락을 지워가며
속으로 끓는 열병
불길 같은 바람에
손 저어가며 아픈 상처 감싸주고
수 많은 계절 속
그래도 끈적끈적한 연민 때문에
다시 한번 힘주지만
피워 올린 맹세 바람 불러 잠재우는
지금도 들꽃 같은 여인
벌레처럼 달라붙는 회한에
후회만 남은 나는
어떻게 할지 모르고 고개 숙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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