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석정헌
첨탑 위로 겹쳐진
꼬인 하늘에 갇힌 별들
한쪽 구석진 곳에 웅크린
시리도록 예쁜 초승달
움푹 패인 가슴
어지러운 하늘에
살폿 그리움 안고
엉켜버린 머리
자제할 수 없는 분노에
귀를 자른다
여름 초록 그늘 아래
태양은 지글거리고
억울함과 회한이 겹친
후덥지근한 한낮
뜨거움이 뒤엉킨 모세혈관 불이 붙어
터질 것 같은 심장 벌렁이지만
그마저 세파에 데처져
줄기 꺽인 잎처럼 숨을 죽이고
쏟아진 폭우에
빈센트의 잘린 귀 마져 잃어버렸고
비 지난 맑은 태양 아래
들풀에 부는 바람처럼 누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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