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파전
석정헌
머언 고향의 안개 같은
아주 오래된 기억 같은
비가 내린다
희미해진 눈에
아롱거리는 고향은
자꾸 멀어 지는데
기억을 흔드는 구수한 냄새
아내가 부엌에서 달그락 거린다
구수한 파 익는 냄새
며칠전 부터 먹고 싶다고 주절거린
굴 넣은 파전을 부치는 모양이다
눈 앞에 떠 오르는 어머니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내려 간다
화덕 위에 노릇노릇 구워진 파전
군데군데 섞인 굴
아직 덜 구워 졌다는
아내의 핀찬 들어가며
쭉 찢어 막걸리 한잔에
초장 찍어 입에 넣는다
짜릿하며 목젖을 적시는 막걸리
달콤한 파전의 맛은 그대로인데
가슴 적시는 안타까운 추억
고향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전해진 몸과 마음은
당신 몸 젖어가며 우산 받혀주든 어머니
이즈러진 마음 온몸으로 받혀주든
어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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