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솜 깔린 하늘

석정헌2022.05.31 14:21조회 수 38댓글 1

    • 글자 크기

    

    솜  깔린 하늘


            석정헌


딸네 다녀오는 하늘길

한참을 내다본 작은창

발 아래 하얀 구름

새로 탄 보송보송한 솜을 

펼쳐놓은 것 같다


막내 고모 시집 갈때

막 탄 눈 같은 하얀솜

마루에 넓게 펼쳐놓고

머리에 수건두른

할머니 어머니 큰 고모 작은 고모

금침 꾸미고 마지막 시침 넣으며

실날 입에 물고 즐겁게 호호거리고

부억에서 음식 냄새 온동네를 뒤덮고

손가락 끝에 피마자 이파리 감고

선잠 깬 여동생 엄마를 보채고

사랑채에서 간간이 들리는 아버지 잔 기침 소리

잔치가 무슨 벼슬인양 애들 모아놓고

부서진 유과 조각 손에 들고 대장질하고

구정물 통 들고 부엌 문턱을 넘나드는 박실내

목줄 풀린 바둑이 마당을 뛴다

아직도 방문 닫기는 이른철

꼭 닫힌 아래채 고모방 소곤소곤 조용하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 옛날엔 뉘 집 시집간다하면 참으로 동네가 다 떠들썩하고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났더랬죠

    그 시절이 아름답고 그립기는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즐거이 감상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509 헤피런너스 2018.07.22 36
508 4 월의 봄 2018.04.20 36
507 빌어먹을 인간 2018.03.06 36
506 낡은 조각배 2018.01.07 36
505 어마가 할퀴고 지나 가다 2017.09.15 36
504 사주팔자 2017.05.13 36
503 더위2 2017.05.12 36
502 부처님과 수박1 2017.05.03 36
501 허무1 2017.01.21 36
500 떠난 그대 2016.09.26 36
499 가을이 오는 시간 2016.08.12 36
498 이제 2016.07.26 36
497 다시 7월이2 2016.07.01 36
496 다시 그 계절이 2015.10.01 36
495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2015.05.13 36
494 어머니 품에 2015.04.04 36
493 이상한 세상 2015.03.25 36
492 어머니 날 2023.05.15 35
491 가을을 떠난 사람 2022.11.16 35
490 꽃샘 추위1 2021.04.06 35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4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