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의 어머니 (12)

Jenny2016.10.27 13:46조회 수 8댓글 0

    • 글자 크기

나의 어머니 (12)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봉산 1동에서 살던 오래된 함석 지붕집을

비가 오는 밤이면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던 함석 지붕집

소나기가 오던 밤

6.25 사변 피난 때 듣던 총알소리 같다며 어머니가 이야기 해주셨지요

 

부엌 옆 사랑채 앞으로 수채구멍이 있었고

그 질펀한 흙 위로 창포가 수북히 자랐지요

그 길고 억샌 잎파리를 꺽어 물에 삶아 우려서

그 물로 지극 정성 제 머리를 감기 셨던 어머니

싫다는 내게 역정 한 번 안내시고 아직 덜 식은 창포물을 식히셨습니다

 

이제 많은 기억을 잃어버리신 나의 어머니

괜찮아요

어머니의 잊어버린 기억들이 제게 왔네요

창포물로 머리를 감기시고 참빗으로 빗기시며

못난 딸을 곱게 길러주신 나의 어머니

그 함석지붕집에 사셨던 나의 어머니는

그 동네에서 제일 이쁜 어머니셨습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36 피터(Peter)1 2017.04.23 19
1035 피아노조율사 2018.05.07 19
1034 플로렌스 2018.09.14 7
1033 풍요한 삶 2018.10.29 18
1032 풍기역과 엄마 2018.08.25 16
1031 풋내1 2017.08.15 23
1030 풀장의 풍경 2019.01.16 16
1029 풀장의 동쪽 2019.07.30 16
1028 풀떼기 반찬들 2019.09.04 20
1027 푹 쉬었던 어제 2020.02.14 36
1026 폴리의 추억 2017.02.17 12
1025 폭죽놀이와 까미 2020.01.01 9
1024 폭우 2016.10.20 12
1023 포롱이의 시선 2020.01.10 17
1022 포롱이와의 산책 2019.11.08 27
1021 포롱이 2018.11.11 11
1020 퍼머를 하고 2019.01.21 14
1019 파를 안 넣고 2019.03.24 8
1018 통증 2018.09.07 4
1017 통역이 필요한 아침1 2017.07.19 34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