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2) / 송정희
모두 영어로 된 제목들이 칸칸히 세워진 진열대에서 넘실댄다
파도가 밀려오든 순서대로 넘실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지식의 바다가 나는 두렵다
크고 작은 파도 사이로 사람들이 비틀댄다
아주 길고 높은 파도가 앞으로 오며
물 속 깊히 가라앉았던 귀한 것들을 끌어내온다
사람들이 그걸 건져 제 것마냥 우쭐댄다
어디서부터 그 파도가 시작되었는지
얼마만큼의 거리를 넘실대며 해안까지 왔는지
그 파도는 이제 알알이 부서져 바다향기 품는 거품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그 지식의 바다에서
파도가 부서진 거품의 향기에 취한다
오래된 책에서 바다냄새가 난다
귀에 대보니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나는 바다 한 가운데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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