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자화상 (2)

Jenny2016.10.20 09:17조회 수 14댓글 0

    • 글자 크기

자화상 (2) / 송정희

 

거의 반년만에 지아비 산소에 왔다

막내가 꽂아두고 간

생명없는 꽃이 날 반긴다

사랑하는 남편 좋았던 아버지라는 묘비의 글귀가 날 보고 웃는다

늘 잔디 손질이 잘되어있는 공원이다

 

간이 돗자리를 고루 펴고

작은 병에 덜어온 소주를 묘에 골고루 붓는다

생전에 마누라보다 더 좋아했던 소주를

술은 묘에 붓고 쥐치는 내가 먹는다

그럼 나눠 먹어야지

 

네 살 연하였던 나의 지아비는

마지막 본 후 훌쩍 오년이 더 늙은 나를 기억하려나

지아비 목소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생전에 녹음이라도 해둘 걸

부질없는 후회를 하며 술을 마저 다 붓는다

 

미안해요

너무 뜨거워서 가야겠어

자주 오도록 할게요

더 있고 싶은데 너무 덥네

괜히 변명이 길어진다 붙잡지도 않는데

당신 없이 사는게 고단하네요

또 올게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16 오늘의 소소항 행복(10월21일) 2018.10.22 12
115 에보니밥 2018.09.11 12
114 샴페인 포도 2018.08.23 12
113 지은이와의 여행 2018.08.18 12
112 오늘의 소확행(8월11일) 2018.08.13 12
111 손톱을 자르며 2018.08.11 12
110 지는 꽃 2018.08.03 12
109 나와 동생들 2018.07.20 12
108 봉숭아꽃 2018.07.14 12
107 일기를 쓰며 2018.07.14 12
106 도마두개 2018.06.26 12
105 핏줄 2018.05.21 12
104 지금 그곳은1 2018.03.22 12
103 식탁의 풍경 2018.03.14 12
102 오늘은 흐림 2018.03.05 12
101 옆집마당의 수선화 2018.03.03 12
100 오이씨 2018.02.28 12
99 요리하실래요 2016.11.08 12
98 보경이네 (10) 2016.11.01 12
97 보경이네 (8) 2016.10.27 1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