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5) / 송정희
여전히 비가 내리는 아침
밤을 지샌 노인과 작별을 하고
나는 북쪽으로 걷는다
금세 등산화가 젖어든다
미끄러운 산흙을 피해
풀이 난 쪽으로 걷는다
어렸을 적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따러 가면
오르막에 작은 계단들이 생겼다
흘러내리는 빗물로 나무가지와 흙들이 쓸려내려와 생긴
숨이 가빠온다
정상은 아직도 먼데
산이 높고 경사가 많을 수록 산길은 더 길다
산허리를 돌며 가기때문에
드디어 만났다
검은 색깔의 뱀
독이 없는 뱀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너무 무섭다
뱀이 미동도 없다
내가 오는 것을 그놈도 안다
왼쪽은 낭떠러지
오른쪽 기슭으로 높이 올라가 놈을 돌아간다
그리고 종종 걸음으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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