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 송정희
휘리릭
커다란 해바라기 잎을 흔듭니다
남아있던 빗방울이 뚜룩 떨어지네요
저만치 간 바람을 해바라기 큰 꽃이 바라봅니다
앉은뱅이 노랑 겹채송화는
키 큰 해바라기가 부럽나봅니다
바람이 키 작은 노랑 겹채송화에게는 와주지 않으니까요
슝 슈웅
쎈 바람들이 몰려옵니다
비가 오려나봐요
키 큰 해바라기의 허리가 일렁입니다
앉은뱅이 노랑 겹채송화를 바람이 찾아왔네요
반가움에 숨이 멎을 것 같은 채송화는 겨우 인사를 합니다
보고싶었어요
쌩
무심한 바람은 금새 가버립니다
다시 온다는 인사도 없이
그래도 앉은뱅이 노랑 겹채송화는 행복합니다
온몸으로 바람을 느꼈으니까요
이제는 키 큰해바라기가 부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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