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3) / 송정희
6개월마다 내 속에 엔진을 검사한다
차가운 기계조각들을 팔에도 가슴에도 어깨에도
등 뒤에도 붙이고 여러 개의 단추들을 꾹꾹 누르면
기계 뒤 쪽에서 암호같은 숫자와 구불구불한 선들이 가득한
긴 종이가 귀신 혓바닥 처럼 한참을 나온다
늘 똑같은 질문으로 내 습관을 검사한다
운동은 얼마나 하는지
커피와 술을 몇잔 정도 마시는지
면접시험을 치르는 학생처럼 두 손모으고 숨 죽여 정성껏 대답한다
좀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는게 내 욕심일까
노욕에는 약도 없다던데
더 나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려 한다
예쁘게 웃어주던 간호사를 찾아 나도 예쁘게 답례로 웃어주며
그렇게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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