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의 어머니 (4)

Jenny2016.10.10 21:33조회 수 38댓글 0

    • 글자 크기
나의 어머니 (4)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내가 국민학교 학생일 때 엄마의 화장품 그릇은 내 호기심의 보석 상자였습니다
분첩을 열면 풍기던 그 향긋한 분냄새 내 작은 볼에 살살 두드려보며
훌쩍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러 색깔의 립스틱을 차마 내 입술에 그려보지 못하고 작은 손거울을 보며
그리는 흉내만 냈습니다.
눈썹그리는 연필로 눈썹을 그린 뒤
엄마는 연필 뒤에 붙어있는 작은 빗으로 검은 색깔을 살살 펴셨지요
그것도 그냥 흉내만 내보았습니다

그런데 엄마 알아요?
명은이가 지은이가 나보다도 더 어릴 때부터 내가 하던 놀이를 저들도 하더라구요
나는 차마 못그리던 립스틱도 그 애들은 그리더라구요
계속 놀으라고 모른 척 했습니다

내 화장품 그릇이 내 딸들의 호기심 보석상자가 되어서야
나는 내 기억 저편의 보석상자를 꺼내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엄마 분첩의 향기가 더 그립고 엄마가 쓰셨던 립스틱이 더 고았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엄마는 내게 아주 고운 분이십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6 두껍아 두껍아1 2017.08.31 23
95 오월의 신부1 2017.05.14 15
94 광복절 영화1 2017.08.18 29
93 후회 되는 일1 2017.01.31 17
92 자스민 향기1 2017.07.31 32
91 집근처의 토네이도1 2017.05.05 17
90 칠월을 보내고 팔월을 만나다1 2019.08.01 23
89 오늘은1 2018.08.01 10
88 매일 치매1 2018.09.11 15
87 칠월1 2019.07.01 32
86 빗물1 2016.10.10 45
85 정전1 2017.09.12 27
84 혼밥1 2018.08.02 20
83 안개비1 2018.02.20 18
82 레몬씨앗1 2017.03.24 19
81 십년뒤에도1 2020.02.02 37
80 부정맥 (2)1 2016.10.10 35
79 아름다운 아이들의 죽음1 2017.04.07 17
78 휫니스의 풍경1 2018.06.20 25
77 어머니의 소포1 2017.04.21 1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