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종일 비
오전을 어떻게 어떻게 참아내다
정오부터 내리는 비
어쩌면 비는 대지에 있는 모든것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계곡과 냇가와 실개울에서 모여
호수와 바다로 간 물들이
작은 입자로 다시 하늘로 올라
세상구경을 물리도록 하다가
다시 빗물로 필요한 곳으로 내려온다
비는 서로 그리웠다는듯 나무와 꽃에 입맞추고
쩍 벌어진 땅바닥을 메우고
모래사막에 사행천을 만든다
오년전 애팔라치안 산맥 어딘가에서
칠일을 내게 쏟아졌던 비
날 보고파했던 이가 빗속에 있었나보다
창문을 여니
비릿한 흙냄새가 후욱
바람과 함께 내 머리카락을 날린다
난 눈을 감고 그 흙냄새를 맡는다
큰 함석지붕집에 살던 시절
앞 텃밭의 냄새
그 동네가 보인다
난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덟살
호병이네 담벼락에 호박꽃이 피고
큰 꽃술을 따서 손톱에 박박 문지르면
황금빛 물이든다
비가 만들어 주는 추억속에서
잠시 행복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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