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19) / 송정희
놈을 찌를 뻔했다
송충이보다 두배는 크고
까맣고 흰색털이 가로줄로 있는
놈이 산길을 가고 있었다
하마터면 폴로 놈을 찌를 뻔했다
놈도 멈춰 움직이지 않고
나도 멈춰 서있다
놈이 먼저 움직인다
나는 허리를 굽혀 자세히 보며 말을 건낸다
미안해 네가 있는 줄을 몰랐어
산길엔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
저만치 얼룩 다람쥐가 숨는다
놈이 뜯어먹던 길가의 버섯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를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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