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 (5) / 송정희
좁은 베란다의 빨래건조대 사이로
하늘의 먹구름이 모인다
망할 놈의 날씨
빨래도 못마르게
할머니가 투덜대신다
날씨 때문이 아니라
몇 주째 전화 한통 없는 자식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신거다
바깥어르신도 마찬가지지만 애써 안노인 맞장구를 치지 않으신다
이내 눈물 꾹 훔치시는 할머니를 못 본척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찾으신다
경로당에나 가볼까 중얼거리시며
비오면 길 미끄러운데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할머니는 목 맨 소리로 붙드신다
가타부타 말씀없이 잡았던 지팡이 제자리에 세워두시고
짠지적 두어소당 부쳐봐 막걸리나 마시게
그렇게라도 할머니를 위로해주시려는 바깥어르신
그렇게 살아오신 두분
솜털 가득하번 할머니 양볼이
가뭄에 갈라진 땅바닥처럼 주름이 패이도록
다정히 볼 한번 부벼주지 못한 어르신
오늘은 권주가라도 부르시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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