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라면 칼국수

송정희2019.08.04 18:35조회 수 11댓글 0

    • 글자 크기

라면칼국수

 

난 종종 과거속에서만 산다

아직 살아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폣병으로 죽은 동네 언니도 만난다

군부대에서 행정일을 보시는 앞집 아저씨가 가져다 준

부대라면을 칼국수와 끓이시던 어머니

그 보들보들한 라면은 세상의 맛이 아니었다

라면이 남긴 미끌미끌한 기름기,

 평생 그것만 먹고 살고 싶었던 그 시절

지금도 비오는 날이면 가끔 라면을 끓이는데

도무지 그 맛을 찾을 수 없다

당시 동네 반장일을 보시던 할아버지 덕분에

그 부대라면을 얻어 먹는 특혜가 있었다

스프도 없이 생라면 열개가 들어있던 카키색 봉지

냄비 가득 끓이는 칼국수 속에 라면 한개를 아껴 넣어 끓이던 엄마

그속에서 끓여진 라면 찾기는 쉽지 않았다

두 동생과 난 젓가락으로 그걸 골라 먹다 할아버지 곰방대로 머리를

맞곤했다, 깨작거린다고

그러다 한가닥 불은 라면을 건져 올리던 행복

그후로도 몇년이 지난 후에야 삼양라면이 출시 되었다

지금은 라면만 한종지를 몽땅 넣고 끓여도 그때의 행복을 찾을 수 없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96 노동자날의 놀이터 2019.09.03 24
895 살다보니1 2019.09.02 19
894 새 화분들 2019.09.02 14
893 안녕 구월 2019.09.01 21
892 아침산책 2019.09.01 13
891 여름의 끝자락에서 2019.08.31 24
890 사돈이 왔다 2019.08.30 24
889 여름이 갈때 2019.08.30 12
888 인생 2019.08.30 14
887 오늘의 소확행(8월29일) 2019.08.30 12
886 화분의 위치를 바꾸는 아침 2019.08.29 16
885 비내리는 밤에1 2019.08.27 40
884 밤비와 나 2019.08.26 22
883 닷새 남은 팔월 2019.08.25 22
882 나무숲 바다 2019.08.25 18
881 아침산책 2019.08.25 11
880 랭보와 베를렌 2019.08.24 54
879 감동입니다 2019.08.23 19
878 숨바꼭질 2019.08.23 16
877 살아온 이유 2019.08.22 18
이전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