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바늘

keyjohn2021.06.10 11:01조회 수 48댓글 1

    • 글자 크기

미국라디오에서 

내 나라 노래가 나오니,

가는 귀먹어 가던 귓속이

새벽바람 다녀간 듯 청명하다.


내 나라 타자가 공을 치면

내 어깨에 날개가 달리고,

내 나라 선수가 공을 차면

흐물거리던 내 장딴지에 모터가 달린다.


입양아가 부모찾는 프로를 보면

눈물 콧물이 신파를 찍고,

정상회담 내 나라 대통령에게는

거수경례를 하고 싶다.


'동해물'을 생각하면

씹은 적 없는 청양고추가

콧잔등을 무너뜨리고,

'백두산'을 떠올리면

삼낀 적 없는 바늘이

가슴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글쓴이 노트

잃고 난 후 소유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이 극대화되듯

고국을 떠나니 탯줄자른 곳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이 새롭다.

그곳에서는 맹목적인 야당으로 살았던 

어줍잖은 내 이데올로기도

새삼 반성이 된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 이방인처럼 미국에 살지만 고국에 대한 섬세한 애국심을 봅니다.

    읽는 순간 끈적끈적한 감동이 밀려 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82 편안하시지요? 2018.10.12 43
181 블랙 리스트 2017.12.10 42
180 핸디맨 2018.03.24 42
179 설국 2017.12.13 41
178 순자는 옳다 2017.07.01 57
177 미안해 2019.12.23 41
176 불청객 2018.01.31 41
175 가을에게 2020.09.21 51
174 겨울비 2017.12.20 39
173 위안 2018.07.11 44
172 불안한 평화 2017.03.04 55
171 혀가 만드는 세상 2018.03.26 52
170 불면 2018.01.22 43
169 조송문 2017.09.13 56
168 차차차 2020.02.04 37
167 우물안 갑(甲)질 2015.07.21 76
166 도리 도리 2017.03.10 42
165 나는 에르메스의 장인 2020.02.05 89
164 3월 10일 11시 CNN "Park out" 2017.03.10 54
163 연말 기억정산 파티 2017.12.23 4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