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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병상일기

keyjohn2020.01.29 19:33조회 수 3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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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 병문안도 잦아들고

살갑던 간호사의 손길에 각이 서더니

온화하던 눈길마저 서늘해진지 오래.


눕고만 싶은 자신이 미워 

거울보며 눈을 흘겨 보지만,

죄인처럼 아무 말없는 자신이

안쓰러워 두손을 잡아보는

연민 가득한 병실의 모노드라마!


린넨도 숨이 죽어 

더는 사각거리지 않고,

물잔에 내려 앉은 먼지들이

잔기침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다 스러진다.


처음 동그라미에서

공단 저고리 매무새를 만져주던 

곤색양복입은 꼿꼿한 젊은 남편이 보인다.

다음 동그라미에서

젖이 불어 부은 가슴을

아리도록 빨다 잠든 배냇저고리 입은 아들도 보인다.


"저 왔어요, 좀 괜찮으시죠?"

조금 번거롭고

많이 반가운 지인의 병문안.

짓무른 눈가 찍어바를 휴지를 찾아들고,

허리를 세우려니

다리가 자꾸 까부라진다.


*글쓴이 노트

동갑이신 어머니와 선배님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잠시나마 당신들의 병상에 내 자신을 눕혀 보았다.


고통이 덜한 노후를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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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보라색 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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