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영춘일기

keyjohn2018.02.28 19:08조회 수 56댓글 0

    • 글자 크기

그 집 앞 감나무가 그리 좋았다.

연두빛 잎이 세치쯤 자라면

상아색 꽃이 피고,

감꽃이 지고 난 그 집 뜰에서

주말이면 바베큐가 익어갔다.

먼데서 온 손주들의 웃음이

매케한 연기사이로

별처럼 흩어지곤 했지.


소리없이 음전한 웃음을 가진

안주인은

녹색으로 익어가기 전 감잎을 

쪄서 말린 감잎차로 우리를 홀렸다.


맛이나 향이랄 것도 없지만

밍밍한 입속 여운이,

안주인처럼 소리없이 향기없이

그저 무난했다.


바람이 스멀거리며 옷섶을 희롱하고  

햇빛이 노인시선처럼 아늑한 오늘.

마르고 앙상한 감나무를

작은 뜰에 심고 나니,


겨우 나무 한그룻 심고

뜰에 작은 우주를 옮긴 듯

우쭐하고 뿌듯한 심사를

숨길 수가 없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62 발자국7 2021.02.26 66
161 공복2 2021.02.11 85
160 새해에는3 2021.01.04 236
159 면 도4 2020.12.21 57
158 김기덕을 위한 오마주3 2020.12.11 63
157 추석달4 2020.10.01 54
156 가을에게 2020.09.21 52
155 Jekyll Island4 2020.09.17 2288
154 홍등9 2020.08.29 74
153 알러지7 2020.08.26 75
152 Deep4 2020.08.20 73
151 부대찌게2 2020.06.16 51
150 아비의 이름으로2 2020.06.09 44
149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2 2020.06.08 50
148 불행한 시절의 행복7 2020.06.05 74
147 아! 나의 형5 2020.05.05 80
146 반 나르시즘3 2020.04.19 78
145 요즈음 인생공부3 2020.04.10 67
144 그래도 긍정적으로2 2020.03.29 51
143 누가 울어3 2020.03.13 5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