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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가면

keyjohn2017.04.22 18:28조회 수 48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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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면은 언제나 심약하게 웃는 표정이다.

타인들은 내 가면을 침묵으로 나아가 긍정으로 이해하고,

몇몇은 나를 오해하기도 한다.

 

중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이 

기계체조 선수를 제안할 때에도, 

속으로 겁나고 수줍었지만

이 가면 때문으로 2군 선수가 되었고,


도약도 대단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방과 후 집에가는 아이들을

사무치게 부러워했던

얼치기 기계체조 선수였다.


진학 담당선생님이 문창과 보다는 

교직으로 가는 것이 밥은 먹고산다며, 

당신 뜻을 담아 원서를 수정할 때에도

내 가면은 여전히 미소로 대응했으며, 


5교시 수업시간에는

식곤증으로 머리속이 뿌연안개로

말을 더듬고,

10년 근속 금반지를 받고도

여름방학이 다되도록

반아이들 이름조차 외울 생각을 안하는

결격투성이의 교사였다.


두사람 월급으론 애들 학원비도 힘들어 하고 

평생 아현동 고개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며

미국행을 종용하는 아내에게도 ....

미소 띤 가면은 태평양 건너는 데 날개를 달게 했지.


모기지내고 그로서리 해결하고

가끔은 양가 어머니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내 가면의 삶은 무난한 것있까?


당신이 나를 만나 사교하는 어느 날,

어쩌면 당신의 제안에

난 미소로 침묵과 수용을 대신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리깊지 않은 내 마음 저편에서는

당신의 제안을 부정하고

당신의 호감없는 칭찬에 냉소하고

당신의 너털웃음에 

내 콧털이 휫날리도록 악의를 키울지도 모릅니다.


내 가면을 믿지 마세요.

그리고 그리 마음 상하진 않겠지요?

당신의 가면 뒤에도 약간의 

다른 당신이 숨어있는 것을

나도 이미 알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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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와우!!!!!!

    왠지 내 속의 나와 마주 한듯한 부끄러움.

    정신과 의사를 하셔도 성공하셨겠어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성 그리고 나약함

    존경합니다. 솔직해질수 있는 용기와 삶의 반추...

    저도 하루에 여러번씩 내 속의 나와 협상을 하고 격려를 주고 받곤합니다

    멋진 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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