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정리

Jenny2016.10.20 09:16조회 수 9댓글 0

    • 글자 크기

정리 / 송정희

 

유서를 써 보았다

지아비가 유언도 없이 가족을 남겨둔 채

땅에 뭍힌지 오년 반이 더 지났다

그래서 유서를 쓴다

남겨진 가족에게 연애편지 쓰는 기분으로

 

죽더라도 내 몸을 내가 원하는데로 해달라고

가능한 빨리 각막이든 쓸만한 부분이 필요한 이들에게 갈 수 있도록

그렇게 썩어지기 전에 누군가 에게로 보내달라고

땅에도 묻지말고 불덩이에도 넣지말고

 

날 위해 울지말고 웃으며 이야기하라고

할만큼 하고 살만큼 살았는데

내가 뭔들 아쉽고 서운하겠는가

보내주신 이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길

즐겁지 아니한가

 

사진 책 CD를 정리해서

친구에게 줄 것과 기증할 것으로 분류해놓았다

내일 세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사람처럼

정리를 해놓고 나니 이렇게 후련한 것을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56 비오는 아침 2020.02.12 25
1055 오늘의 소확행(2월11일) 2020.02.12 20
1054 부러우면 지는거다 2020.02.10 29
1053 카페인 끊기2 2020.02.10 43
1052 2월 문학회월례회를 마치고 2020.02.09 38
1051 오늘의 소확행(2월7일) 2020.02.07 20
1050 첫눈 2020.02.07 28
1049 싱숭생숭2 2020.02.06 31
1048 비의 콘서트3 2020.02.05 34
1047 오래된 기억들을 보내며 2020.02.05 23
1046 십년뒤에도1 2020.02.02 26
1045 2월이 부쳐 2020.02.02 19
1044 오늘의 소확행(2월1일) 2020.02.02 15
1043 조용한 오전 2020.02.01 137
1042 일월 마지막 날에 2020.01.31 23
1041 오늘 그린 그림은 2020.01.30 18
1040 정월을 보내며1 2020.01.30 103
1039 한시간 2020.01.30 17
1038 보키쌤 2020.01.30 20
1037 문병을 다녀와서 2020.01.29 1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