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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이웃집 여자들

송정희2017.04.26 16:16조회 수 2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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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여자들

 

내 연습실에서 마주 보이는 집에 사는 자매

난 지금도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똑같은 복부비만형 체형과 비슷한 헤어스타일

처음엔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둘이 나와서

그제서야 자매인 줄 알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담배를 피우고

겨울이면 코트를 둘둘 말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여름 내내 소매없는 셔츠와 반바지로 나와 담배를 피운다

연습실에서 보니 거의 30분 간격으로 흡연을 한다

어느땐 혼자씩 가끔은 둘이 동시에

 

지나간 봄에는 뒷마당에 핀 치자꽃(가드니아)

몇송이 따와서

담배피울때 듣는 나의 피아노 소리가 고맙다고 왔었다

그때 언니인지 동생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자세히 보았었다

담배 냄새대신 식탁위 유리그릇속에 띄어놓은

치자꽃향기가 몇일을 집에 머물렀었다

 

아침 저녁으로 학교버스가 그 집앞에 선다

아이 둘이 타고 내리고

그 자매는 버스운전수에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가끔 아이들 아빠로 보이는 대머리 아저씨가

물건을 양손 가득 사들고 차에서 내린다

그 자매도 방안에서 내쪽을 보며

나의 습관들을 추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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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기

댓글 1
  • 어쩌면 이승에서 연을 맺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갈 인연인데, 피아노 소리를 듣고 감사 방문을 한 그 자매의 개방된 마음이

    작은 인연과 생활 속의 즐거움을 만들었네요.


    지금은 내 삶에서 멀어진 담배피우던 내가 떠오르며

    청춘의 한 페이지가 아스라히 그립고 애닮프기도 하네요.

    왜 이리도 추억을 아련하고 슬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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