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 송정희
국민학생 때는 내게 시간이란
그냥 낮과 밤의 바뀜
시간의 길고 짧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학생 때의 내게 시간이란
신장염과의 지루한 싸움터
하루가 너무 길었었다
그 싸움에서 이겨 예쁜 어른이 되고 싶었었다
고등학생 때의 내게 시간이란
오랜 투병으로 인한 고단함
어른도 아이도 아닌
불확실한 정체성의 바다에서
시간을 외면했었다
순서없는 죽음을 겪으며
난 오늘도 세월 앞에 서있다
나의 아버지가 남긴 세월 속에
서계신 나의 어머니
나의 지아비가 남긴 세월 속에
내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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