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자화상 (3)

Jenny2016.10.20 09:25조회 수 19댓글 0

    • 글자 크기

자화상 (3) / 송정희

 

제법 길었던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

자르기 전 미용사가 몇몇의 짧은 머리를 한 모델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를 내가 찜했다

그 예쁜 모델처럼 되기를 바라며

 

뭉청뭉철 짤려나가는 머리카락이

슬그머니 아깝기도 했지만

까짓거

예뻐진다는데

실소가 나왔다

내 나이가 얼마냐고

그 모델은 겨우 스무살 되었을까

 

허락도 안했는데 코팅에 염색까지

날 위해 했단다

대충 눈알을 굴려 계산을 해보니

엄청난 액수를 난 오늘 머리에 부었다

그 모델 같지만 않아봐라

벼르면서

 

오전 내내 미용사는

내 머리를 주물렀고

지루한 몇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짧은 내 머리를 만났다

괜찮네 괜찮아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은 그 예쁜 모델이 아니라

오십이 넘은 내 얼굴이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16 오늘의 소확행(1월20일) 2020.01.21 24
915 내 옷장속의 가을 2016.11.30 54
914 어바웃 타임 2018.05.15 10
913 새살짜리 나의 레몬 트리 2018.07.18 30
912 가족여행 시작하는 날 2019.06.09 14
911 비 그친 저녁의 풍경 2018.05.16 12
910 어둠이 내리면 2018.07.19 8
909 추억의 포도 2018.08.16 4
908 업그레이드 2018.09.07 7
907 된서리 2020.01.22 16
906 오늘의 소확행(8,15) 2018.08.16 14
905 가족여행 둘째날 2019.06.09 46
904 아침공기 2018.02.27 11
903 오늘의 소확행(9,27) 2018.09.28 6
902 오늘의 소확행(4월26일) 2019.04.27 15
901 뜨거웠던 나에게 2018.07.20 8
900 키작은 선인장 2018.09.28 13
899 나무에 치는 파도 2019.04.27 27
898 가족여행 셋째날 (수요일) 2019.06.09 14
897 아름다운 미숙씨 2020.01.06 20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13 14...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