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 / 송정희
거의 반년만에 지아비 산소에 왔다
막내가 꽂아두고 간
생명없는 꽃이 날 반긴다
사랑하는 남편 좋았던 아버지라는 묘비의 글귀가 날 보고 웃는다
늘 잔디 손질이 잘되어있는 공원이다
간이 돗자리를 고루 펴고
작은 병에 덜어온 소주를 묘에 골고루 붓는다
생전에 마누라보다 더 좋아했던 소주를
술은 묘에 붓고 쥐치는 내가 먹는다
그럼 나눠 먹어야지
네 살 연하였던 나의 지아비는
마지막 본 후 훌쩍 오년이 더 늙은 나를 기억하려나
지아비 목소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생전에 녹음이라도 해둘 걸
부질없는 후회를 하며 술을 마저 다 붓는다
미안해요
너무 뜨거워서 가야겠어
자주 오도록 할게요
더 있고 싶은데 너무 덥네
괜히 변명이 길어진다 붙잡지도 않는데
당신 없이 사는게 고단하네요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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