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먼 나무숲이 훵해졌다
붙어있는 몇 안되는 나뭇잎 사이로 가을이 깊어간다
마법처럼 조금씩 파래지던 봄의 잎들
짱짱하게 푸르렀던 여름의 나무들
형언할 수 없는 색으로 날 어지럽히던 가을의 숲
왠지 눈이라도 올것같은 날씨다,오늘은
이때쯤이면 떠오르는 한국의 김장철
어릴적 대식구였던 우리집은 배추를 두접씩 김장을 하곤했다
한접이 백포기
두접이면 이백포기였다
어머무시한 양의 배추를 절여 씻고 속을 채워
큰 김장독에 담으시던 동네분들
그날은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는날이었다
무뚝뚝하신 아버지가 일년에 한번 동네 아주머니들께 멋지게 쏘시는 날
동네 중국집에서 철가방이 너댓번 와야만 다 도착했던 음식들
막걸리도 한잔씩 하시며 얼굴이 벌개 가지고 배추를 버무리시며
노래도 한마디씩 하시는 동네잔치였다
나와 동생둘은 잡다한 심부름을 하며 용돈도 벌었다
오후 늦어서야 김장이 끝나고 온 집안엔 마늘과 생강냄새로 매케했다
배추 부스러기를 양념에 버무린 막김치를 좋아했던 나는
일주일은 그 맛있는 막김치로 행복했었다
그 막김치를 남비에 깍고 들기름을 넣고 밥을 볶아 먹으면 정말 맛있었다
큰올케가 이젠 배추 이십포기만 해도 된다고 하니 그 어릴적 김장하는 날도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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